오늘은 조금 복잡한 마음이다.
SNS에서 누군가의 글을 우연히 읽었는데,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.
조건 보고 결혼해서 지옥을 살고 있다는 말.
처음엔 너무 세게 들려서 ‘설마 그렇게까지?’ 했는데, 글을 다 읽고 나니…
내가 매일 애써 무시하고 덮어두려던 감정들이 하나둘 떠올랐다.
나도 그랬다.
과거의 연애에서는 늘 내가 맞췄다.
그 사람을 사랑하니까, 내가 참고 이해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.
결혼도 비슷했다.
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‘이 사람이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구나’,
‘가정 환경도 괜찮고, 사람 자체도 크게 문제는 없겠지’라는 계산이 앞섰다.
뭐, 사람마다 결혼의 기준은 다르니까.
나도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웠고, 그 기준에 부합한 사람을 골랐을 뿐이었다.
그리고 사랑은 결혼 후에 키워가면 되는 거라고 믿었다.
하지만,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.
결혼이라는 건 함께 살아간다는 거고,
그 사람의 성격, 말투, 가치관, 심지어 감정의 리듬까지도
모두 내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뜻이었다.
그 모든 걸 사랑 하나 없이 받아낸다는 게,
생각보다 훨씬 더 버거운 일이었다.
내 남편은 성격적으로 꽤 까칠한 사람이다.
지독하리만치 이기적이고, 공감 능력도 낮고,
가끔은 ‘이 사람 안에 따뜻함이라는 게 있긴 한가’ 싶은 생각이 들 만큼
나를 외롭게 만든다.
노력도 해봤다.
아이를 낳고 나서는 ‘우리 가정만큼은 평온하자’는 마음으로
정말 많이 애썼다.
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다.
내가 아무리 사랑을 퍼부어도, 공부하듯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해도,
결국 나는 지치고 만다.
그런 와중에 아이가 태어나고,
나는 내 어린 시절을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.
부모님은 여전히 엄격하지만,
그래도 이제는 ‘먹고사는 걱정은 하지 마라’며
나를 한 번씩 안심시켜준다.
그래서 더더욱, 내 딸에게는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.
내 딸만큼은,
사랑 없는 결혼, 계산된 관계 속에서
자신을 지우며 살게 하고 싶지 않다.
‘그 사람 조건 좋으니까 참아야지’ 하는 생각 없이,
마음 맞고 웃을 수 있는 사람과 살아가길 바란다.
내가 부족했더라도,
내 아이는 선택지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키우고 싶다.
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대놓고 말은 못 해도,
엄마는 너한테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,
그렇게라도 말해주고 싶다.
결혼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.
사랑 없이 결혼했다고 해서, 인생 전체가 실패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.
그저,
내가 했던 선택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고,
그 선택으로부터 오는 무게가 매일 나를 조금씩 깎아내고 있다는 것.
그리고 그 무게가 누군가에겐 상상조차 어려운 지옥일 수도 있다는 걸
이제는 안다.
그래도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니 책임진다.
그게 내 삶이고,
어쩌면 내가 더 단단해지는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.
그렇지만 언젠가는, 나도 마음 맞고 서로 존중하는 사람과
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살고 싶다.
그게 부부든 친구든,
‘서로를 망치지 않는 관계’가
내 남은 인생에도 있기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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